
이천시 수도과 상수시설팀장 이상길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도로도 필요하고, 집도 필요하다. 좋은 기업과 일자리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준비돼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물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는 반드시 물이 필요하다. 아파트 한 동이 들어서도 물이 필요하고, 학교와 병원, 상가가 생겨도 물이 필요하다. 기업이 들어오고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수도시설은 도시가 다 만들어진 뒤 따라가는 시설이 아니라, 도시가 성장하기 전에 먼저 준비해야 하는 기반시설이다.
지금 이천은 새로운 변화와 도약의 시기를 맞고 있다.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들고, 역세권에는 일자리와 주거, 상업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도시를 계획하고 있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들어오고 청년들이 찾아오는 도시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인구도 늘고, 필요한 물의 양도 함께 늘어난다.
「이천시 수도정비기본계획」(이하 “수도계획(水道計劃)”이라 한다)에서도 이미 이러한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산업 성장과 인구 유입, 공동주택과 각종 개발사업으로 앞으로 필요한 물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취수장과 정수장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수도계획에는 향후 기업 유치와 반도체 산업 성장에 따라 추가적인 물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담겨 있다. 다시 말해 물 문제는 단순히 시민들이 집에서 사용하는 생활용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천의 산업과 미래 성장에도 직접 연결되는 문제다.
현재 이천정수장은 하루 6만㎥의 물을 처리할 수 있다. 이천시는 앞으로 이를 하루 10만㎥까지 늘리는 계획을 세웠다. 남한강에서 물을 가져오는 취수시설도 하루 6만 6천㎥에서 11만㎥ 규모로 확대하는 계획이 반영돼 있다. 쉽게 말하면 지금보다 하루 4만 톤의 수돗물을 더 만들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물의 양만 늘린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남한강에서 가져온 물은 긴 수도관을 따라 이천정수장까지 이동한다. 이 관로에 사고가 생기면 아무리 물이 많아도 시민에게 공급할 수 없다.
기존 이천시 도수관로는 하나의 관으로 연결돼 있고,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누수 사고도 반복돼 왔다. 그래서 이천시는 새로운 관로를 하나 더 만드는 ‘도수관로 복선화’를 계획하고 있다. 한쪽 관로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관로를 통해 물을 보낼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수도계획에서도 기존 관로의 노후화와 사고 위험을 고려해 복선화 필요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를 서로 연결하는 비상 물길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서는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SK하이닉스에 하루 2만㎥의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방상수도와 광역상수도를 연결하는 계획도 세워져 있다.
이 모든 사업을 단순히 ‘수도관 공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도로를 만드는 것이 도시의 길을 여는 일이라면, 수도시설을 준비하는 것은 도시가 성장할 수 있는 물길을 여는 일이다.
반도체 연구단지가 조성되고 새로운 기업들이 들어서며, 역세권에는 아파트와 상가, 학교가 들어선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많은 사람들이 이천에 정착하게 될 것이다. 그때 “물이 부족하니 기다려 달라”라고 할 수는 없다.
수도시설은 필요하다고 해서 몇 달 만에 만들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필요한 물의 양을 계산하고, 물을 가져올 시설을 만들고, 정수장을 늘리고, 수십㎞의 관로를 설치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도시가 성장한 뒤 물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물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이천시가 2040년을 바라보며 수도시설을 준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도계획은 장래 인구와 도시개발을 예상하고 필요한 물의 양을 미리 계산해 수도시설의 규모를 정하는 장기 계획이다.
깨끗한 수돗물은 시민의 평범한 하루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다. 그러나 앞으로의 수돗물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시민의 생활을 지키는 물이면서,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물이어야 한다. 새로운 산업이 자랄 수 있게 하는 물이어야 하고, 이천에 새로운 시민이 들어와 생활할 수 있게 하는 물이어야 한다.
사람이 모이는 도시, 기업이 찾아오는 도시,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 도시. 그 모든 시작에는 안정적인 물이 있어야 한다. 이천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어쩌면 화려한 건물이나 도로보다 먼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흐르는 물을 준비하는 일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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