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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전체가 예술의 무대로

  • 하나로신문편집부 기자
  • 입력 2026.10.0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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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포중 전교생 37명, 김아영 작가와 공공미술 프로젝트

여주 이포중고등학교(교장 권용만)는 9월 30일 교내 잔디광장에서 김아영 작가와 함께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울림통-사라질 것들의 재림》 전시 오프닝을 개최했다. 이번 오프닝은 이포중 전교생 37명과 교직원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이포앙상블의 축하공연과 전시 소개, 작가 인사 및 작품 설명, 꽃다발 증정, 기름 붓질 퍼포먼스, 경품 이벤트 등으로 진행되었다. 대규모 행사는 아니었지만 학생과 교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작품과 음악, 퍼포먼스를 함께 즐기며 작은 학교만의 따뜻하고 밀도 있는 예술축제를 만들었다.

특히 이날 행사는 단순히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 오프닝을 넘어, 학생들이 직접 작품의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학교 공간을 예술의 장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5월부터 김아영 작가와 이포중·고등학교 학생들은 흙을 반죽하고, 타래를 쌓고, 무너진 부분을 다시 만들며 학교 야외 공간에 세 개의 ‘울림통’을 완성해왔다. 누군가는 흙을 만들고, 누군가는 쌓고, 또 누군가는 무너진 자리를 다시 이어가며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울림통’은 작가 한 사람의 작품을 넘어 학생들의 손길과 시간, 협업의 경험이 함께 축적된 공공미술 작품으로 완성됐다.

전시의 제목인 《울림통-사라질 것들의 재림》은 변화와 소멸, 그리고 다시 나타남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영문 부제인 ‘RESPAWN’은 게임에서 사라진 존재가 다시 등장하는 것을 뜻한다. 흙으로 제작된 울림통은 비와 바람, 시간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고 언젠가는 일부가 무너질 수도 있지만, 작가는 이러한 변화와 사라짐 또한 작품의 일부로 바라본다. 이번 전시는 학생들에게 “영원히 남아 있어야만 작품일까?”, “사라지는 과정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오프닝의 하이라이트는 학생들과 작가가 함께 참여한 기름 붓질 퍼포먼스였다. 학생들이 직접 붓을 들고 울림통의 표면에 기름을 바르자 흙의 색과 질감이 변화했고, 관람객들은 작품이 눈앞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함께 지켜봤다. 이포앙상블의 축하공연도 오프닝의 분위기를 더했다. 전시 제목인 ‘울림통’이 의미하는 것처럼 음악의 울림과 작품의 울림이 잔디광장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학교 전체가 하나의 작은 예술축제 공간으로 변했다.

실내 전시공간에는 또 다른 참여형 작품인 ‘모르쇠의 옷장(The Wearable Portal)’이 마련됐다. 관람객은 전시된 한지옷 중 하나를 직접 선택해 입고 ‘플레이어’가 된 뒤, 전시실을 나와 잔디광장의 울림통 필드로 이동한다. 한지옷을 입은 관람객은 울림통 주변을 걷고, 작품 가까이에서 소리를 듣고, 바람과 자연의 소리, 흙의 질감과 공간의 변화를 몸으로 경험한다. 작품을 단순히 바라보는 관람자가 아니라 직접 전시 안으로 들어가는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포중학교가 지난 2025년부터 추진해온 학교갤러리 사업의 확장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2025년에는 교내 1·2·3층 복도를 갤러리 공간으로 조성해 학생들이 일상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면, 2026년에는 학교 야외 공간에 잔디를 조성하고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해 학교 전체를 하나의 예술공간으로 확장했다. 특히 지역작가와 교육과정을 연계한 이번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작품을 ‘보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 다시 ‘경험하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현재 RAS 교육을 통해 독서(Reading), 예술문화(Arts), 스포츠(Sports)를 학생들의 일상적인 교육활동과 연결하고 있으며, 학교예술교육 활성화와 학생들의 예술 경험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이포중학교의 이번 프로젝트 역시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예술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직접 참여하며, 학교 공간 자체를 새로운 배움의 장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RAS 교육의 Arts 영역과 맞닿아 있다.

학교갤러리 담당자인 이채명 미술교사는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오히려 전교생이 함께 작품을 만들고, 공연을 보고,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했다”며 “학교갤러리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학생과 교사, 작가가 함께 예술을 만들어가는 살아 있는 교육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작은 학교의 한계를 문화예술교육의 강점으로 전환한 사례다. 37명의 학생과 교직원, 작가가 함께 만든 이날의 오프닝은 화려한 규모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과정과 경험에 집중한 ‘작지만 깊은 학교 예술축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학생들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자연 속에서 계속 변화하며,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세 개의 ‘울림통’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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