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자유총연맹 이천시지회 한영순 회장
2026년은 유엔(UN)이 지정한 「세계 자원봉사자의 해」입니다. 평생을 자원봉사자로 살아온 저는 이 뜻깊은 해를 맞아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봅니다. 우리는 지금 자원봉사의 가치를 얼마나 인정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보호하고 더 크게 확산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다 보면 저는 종종 이런 말을 듣습니다. “자원봉사 하시네요. 수고하세요.” 짧은 인사말이지만, 동시에 자원봉사가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다정한 마음이 모여 이루어지는 봉사는 결코 당연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기꺼이 내어주는 사랑이며, 공동체를 향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자발적 헌신입니다.
만약 그 자리에 자원봉사자들이 없었다면 어떠했을까요. 지역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돌봄과 안전 지원, 환경정비, 각종 행사지원 업무는 상당한 인력과 예산으로 충당되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디서나 환한 얼굴로 맞이해주는 이웃의 따뜻한 손길을 만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자원봉사는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까지 높이는 공공적 가치 창출 활동입니다.
그러나 그 가치는 단순히 숫자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자원봉사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고리이기 때문입니다. 안부를 묻는 짧은 인사, 손을 잡아 드리는 따뜻한 온기, 매주 같은 시간 전해지는 밑반찬과 말벗이 되어 드리는 시간 속에서 외로움은 줄어들고 삶의 온도는 높아집니다. 우리는 봉사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따뜻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재난 현장에서 자원봉사자의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이천시는 세 차례 걸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온 이들은 자원봉사자들이었습니다. 토사를 치우고, 구호물품을 나르고, 무너진 삶의 터전을 복구하고, 지친 주민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던 그들의 손길은 상처 입은 지역과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현장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순간을 마주했습니다.
혼자 지내시던 어르신이 “매일 혼자였는데 오늘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좋네”라고 말씀하시던 날, 폭염 속 수해복구 현장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작업을 이어가던 우리 봉사자들의 눈빛, 재난 복구 현장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와주어서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아주시던 주민의 떨리는 목소리는 지금도 제 가슴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봉사는 누군가를 돕는 일이지만, 결국 서로를 살리는 일임을 그때마다 배웁니다.
이제 우리는 자원봉사자를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자원봉사는 여유 있는 사람이 하는 선택적 활동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적인 자산입니다. 그렇기에 봉사자의 시간과 헌신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며, 감사와 예우의 문화가 함께 자리 잡아야 합니다. 이제는 자원봉사자가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며, 활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실질적인 정책적 기반을 다질 때입니다.
2026년 세계 자원봉사자의 해를 맞아,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건네 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작은 참여로 그 흐름에 함께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람을 잇는 손길이 곧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입니다. 이제 존중과 제도적 지원을 통해 그 가치를 더욱 높이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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