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사 숲길, 우리 부부를 감싸던 보이지 않는 축복

단양 구인사의 숲길은 언제나 고요하다.
낙엽이 바스락이며 떨어지는 작은 소리조차 이곳에서는 기도의 주문처럼 들린다. 그 적막한 숲길을 남편과 나는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 순간, 앞서가던 지인이 우리 부부의 걷는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는 찍히는 줄도 몰랐고, 그 숲에 어떤 빛이 머물고 있는지는 더더욱 몰랐다. 그저 묵묵히, 함께 걸을 뿐이었다.
나중에 지인이 건네준 사진을 보고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평범한 산책길이라 생각했던 그곳에, 선명한 무지개 한 줄기가 우리 부부를 온전히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그 빛이, 타인의 렌즈를 통해 비로소 그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명리학(命理學)을 공부하는 나의 눈에, 이 우연한 사진은 단순한 물리 현상을 넘어선 하나의 거대한 '물상(物象)'으로 다가왔다.
명리에서 물(水)과 불(火)은 서로를 극(剋)하는 상반된 에너지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이 두 기운이 절묘한 균형을 이룰 때, 하늘은 가장 아름다운 다리인 ‘무지개’를 놓는다. 주역에서는 이를 ‘수화기제(水火旣濟)’라 한다. 갈등이 해소되고 만물이 완성된다는 최고의 길조(吉兆)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기적처럼 돌아온 남편, 그리고 그 곁을 지켜온 나.
사진 속의 무지개는 마치 수호신처럼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는 듯했다.
“너희는 보지 못했지만, 나는 늘 너희와 함께 있었다. 너희가 걷는 그 고단한 길 위에 이미 축복을 내려놓았노라.”
우리는 종종 “내 인생엔 왜 빛이 없을까”라고 한탄하며 땅만 보고 걷는다. 하지만 운명은 때때로 당사자의 눈을 피해, 가장 은밀하고 따뜻한 방식으로 우리를 지킨다. 내가 모르고 지나친 순간에도, 하늘의‘천을귀인(天乙貴人·나를 돕는 귀한 별)’은 이 무지개처럼 조용히 우리 부부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구인사 숲길에서 지인이 우연히 포착해 준, 그러나 결코 우연이 아닌 그 무지개.
그것은 “지금 두 사람이 함께 걷는 이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보이지 않는 세상이 보내온 가장 확실한 긍정의 신호였다.
운명을 공부한다는 건 어쩌면,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 무지개를 마음의 눈으로 믿고 걸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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