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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병원이라는 ‘신흥 종교’를 떠나, 내 몸이라는 ‘신전’으로

  • 하나로신문편집부 기자
  • 입력 2026.02.18 20:55
  • 조회수 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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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를 반성한다 가 던진 충격, 그리고 좌탈입망의 결심

지영화.jpg

브런치 작가 지영화

 

나는 지난 30년간 종교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살았다.

그곳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우리가 이미 또 하나의 거대한 신전을 섬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 이름은 바로 ‘현대 의학’이다.


『의사를 반성한다』.

이 책은 단순한 건강서가 아니었다. 내 몸과 죽음에 대한 주권을 되찾으라는, 조용하지만 단호한 ‘해방 선언문’이었다.


1. 공포는 우리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목차를 넘기는 내내 몇 차례 숨이 멎는 듯했다.

“당신은 병원을 믿습니까?”

“죽음이 두려우면 삶도 두려워진다.”


우리는 왜 아픈가. 저자는 말한다. 노인의 고혈압은 질병이 아니며, 암 검진으로 ‘숨은 병’을 찾아내는 일이 오히려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고. 그럼에도 우리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보다 검사 수치와 진단명을 더 신뢰한다.


과거 내가 종교 지도자의 말 몇 마디에 인생을 맡겼던 것처럼,

지금 우리는 “당신은 환자입니다”라는 의사의 선고 앞에 너무 쉽게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건강에 대한 강박과 환상이 오히려 질병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2. 내버려두면, 암은 아프지 않다


이 책은 우리가 외면해 온 암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꺼내 든다.

“사람은 암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암 치료 때문에 죽는다.”


우리가 겪는 극심한 고통의 대부분은 암 그 자체가 아니라,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는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에서 비롯된다는 주장. 오히려 자연사를 선택한 말기 암 환자들이 고통 없이 평온하게 삶을 마무리한다는 대목에서 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안도감을 느꼈다.


내 사주에는 물(水)이 없다. 그래서인지 나는 늘 갈증 속에서 진리를 찾아 헤맸다.

그런데 책은 말한다. “인간은 몸속의 수분을 사용하며 죽어간다.”

마르고 비워지는 과정은 파괴가 아니다. 나무가 겨울을 견디기 위해 수분을 내려놓듯, 지극히 자연스러운 귀가(歸家)의 여정인 것이다.


3. 마지막까지 ‘나’로 살다 가기 위하여


책을 덮으며 나는 나의 마지막을 그려본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 낯선 응급실 천장, 주렁주렁 매달린 링거 줄... 그런 것들에 둘러싸여 떠나고 싶지는 않다.


“구급차를 타면 평온사를 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이 깊이 남는다.

연명 치료는 자연사를 향한 폭력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인다. 호스피스 병동이나 요양병원이 내 삶의 종착역이 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대신 나는 미리 생전 장례식을 치르고, 엔딩 노트를 적으며 나만의 존엄한 마침표를 준비하려 한다.

“사람은 살아온 모습 그대로 죽는다.”

이 문장은 비수처럼 가슴에 박힌다. 비굴하게 살지 않았다면, 죽음 앞에서도 비굴해서는 안 된다.


병원에 내 운명을 위탁하지 않고, 내 몸의 목소리를 신뢰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꼿꼿하게.

그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자, 병오일주(丙午日柱) ‘영화’가 삶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확신했다. 나의 꿈 ‘좌탈입망(坐脫立亡: 앉아서 자유롭게 입적함)’은 헛된 망상이 아니라, 가장 인간적인 권리라는 것을.

두려움은 사라졌다. 이제 남은 일은 단 하나,

잘 살고, 잘 죽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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