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바쁜 삶에 쉼표 하나 찍을 수 있는 공간 - 어우재 미술관

-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있는 미술관.
- 감성교육과 살아있는 체험학습의 현장.

2011년 03월 09일(수)

 

 

ⓒ (주)하나로일보



정겨운 사람내음 물씬 풍기는 미술관.

입춘이 한참 지났고 경칩도 지났건만 봄의 길목에서 힘겹게 돋아나는 생명을 시샘이라도 하듯 꽃샘추위로 간간이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지금.
포근한 자연의 숲속에 둥지를 틀고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미술관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여주IC에서 나와 좌회전을 해서 37번국도를 타고 장호원 방향 13km지점 뇌곡교를 지나 오갑산 등산로 초입에 이르자 작고 아담한 머물고 싶은 느낌이 물씬 풍겨나는 어우재 미술관이 나온다.

 

ⓒ (주)하나로일보

 

가는 길이 여느 미술관처럼 잘 포장돼 있거나 커다란 길 안내판이 여러 개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불구불한 시골길의 정겨움과 탁 트인 원부저수지의 시원함 그리고 오갑산의 정기가 느껴져 미술관을 찾아가는 길이 전혀 어렵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오갑산을 오르는 초입에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어 미술관을 작정하고 가지 않아도 산에 오르기 전이나 내려올 때 들러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뜰에 앉아 각박한 현실세계를 잠시나마 털어버리는 마음정화 장소로도 안성맞춤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우재 미술관은 처음에는 백종환(56) 관장의 개인 작업실이자 본인의 작품을 보관하는 갤러리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알음알음 찾아오는 지인들과 주변사람들의 권유로 지난 2005년 11월 정식으로 문을 열게 됐다.

백 관장은 작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수익보다는 지역주민들의 문화갈증을 해소해 주기 위한 열망을 가지고 쉴 틈 없이 만방으로 뛰고 달린 노력의 결과로 이제는 번듯한 미술관의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비록 소규모의 작은 미술관이기는 하나 미술관 볼모지에서 이루어 낸 성과는 큰 의미가 있다.

ⓒ (주)하나로일보

어우재 미술관이 문을 연 이후 이곳에서는 회화와 공예, 조각, 도자벽화 등 예술 전 분야의 우수한 작품을 수시로 전시하고 기획전과 특별전도 열어 지역사회 교류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가족사랑’을 모토로 어린 학생들이나 청소년들에게 기초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고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도 연구하면서 자연 속에서 인간 삶의 본 모습을 구현해 나가고 있다.

도자벽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백 관장은 보통 건물에 설치하는 도자기로 만드는 벽화(이하. 도자벽화)를 국내 최초로 일반 캔버스화 처럼 서양화 스타일로 얇고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작품으로 표현한 작가다.

그전까지 일반 도자벽화는 건물에 설치하다 보니 건물주가 바뀌거나 리모델을 하게 되면 작품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거나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백 관장의 새로운 시도로 지금은 언제든 이동 가능한 대형 작품이나 개인이 소장가능 할 정도로 부피에 대해 부담 없는 작품들도 많이 생겨났다.

백 관장은 “미술관은 고정돼 있는 공간이 아니라 생물적인 공간으로 끊임없이 바뀌고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누구든 문턱 없이 드나들며 생활과 연계하여 생활 속의 미술이 자연스럽게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그의 소신을 밝혔다.

 

ⓒ (주)하나로일보

 

그래서 계절마다 새로운 작품과 구성으로 미술관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또한 미술관을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맘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누워서든 거꾸로 든 뒤집어서든 그 작품을 그려보며 하루 종일 그 작품을 편히 감상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그렇게 아이들이 미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갖고 다각도로 표현할 때 그것이 진정한 감성교육이며, 그 아이들이 자라서 꼭 미술가가 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미술적인 감각이나 표현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요즘 학교에서 많은 선생님들도 방학숙제나 과제로 미술관을 보내는 것을 상당히 고무적이라 생각하지만 단순히 갖다온 증거나 영수증 등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미술관에서 보도 듣고 배우고 얻을 수 있는 방법이나 의미를 알려주고 보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백 관장의 모습에서 누구보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이 나라의 앞날을 염려하는 진정한 거장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어우재미술관 백종환 관장.

ⓒ (주)하나로일보

지구를 위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산 교육의 장.
한 해 평균 500~600명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체험학습을 하는데 단지 그리기나 도자기 체험이 아닌 미술이란 테마로 그림그리기, 물레체험, 정크작품 만들기, 도자공예, 조각, 목공예 등 다양한 미술장르의 체험학습을 배울 수 있게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정크작품 만들기는 우리가 흔히 버리는 쓰레기나 지나치기 쉬운 재활용 제품을 가지고 예술작품을 만드는 활동인데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호응도 가장 좋다고 한다. 어우재 미술관은 이런 체험학습을 통해 예술적 감성교육뿐 아니라 지구를 위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산 교육의 장을 만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산골 어귀에 있어서 접근성이 불편해 과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까 걱정했던 지인들도 국내외 유명한 작가들이 이곳에서 기꺼이 작품전을 열고 인터넷을 검색해서 인접한 강원도나 충청도뿐만 아니라 멀리 전라도에서까지 찾아오는 모습을 보고 놀라고 있다고.

특별히 지난해 ‘장애인 작가 특별 작품전’을 열었단 백 관장은 올해도 장애인이나 소외된 계층을 위해 특별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으며 장애인편의시설까지 갖춰 누구든지 편안하게 와서 예술을 접하고 감상할 수 있는 경계 없는 미술관이 되었다.

 

ⓒ (주)하나로일보

 

미술관 한편에 마련된 다실에서 백 관장이 직접 끓여준 따뜻하고 그윽한 차와 함께 예술작품에 취해있다 보니 어느새 해가 서산마루에 걸렸다.

차 한 잔 의 여유를 즐기며 인적 없는 숲속의 미술관에서 시 같은 그림과 함께 하루 종일 인생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시간인 듯하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오갑산 기슭에 있는 작고 아담한 어우재 미술관을 찾아가 보자.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하며 5월과 9월 특별한 전시회도 준비하고 있으니 작다고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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