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스타트업 ‘에임비’ 대표 / 前 육군 대위 고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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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저씨의 원빈이나 테이큰의 리암 니슨처럼 ‘제대군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문화 콘텐츠가 적지 않다. 이런 이야기 속 제대군인은 ‘옛 전공’을 살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지만, 대부분 사회와 사람들 속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가정에 소홀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제대군인에 대한 이미지가 국방을 수행하면서 개인 생활보다 부대 임무를 우선시했고, 때로는 개인의 권리도 포기하면서 헌신한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많은 제대군인이 전역 후 사회에서의 새 역할을 찾는 과정에서 당황해하는 일도 있다. 제대군인이 재정착과정에서 어떻게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새롭게 사회에 이바지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고성장 시대는 가고 고령화 시대가 왔지만, 평생직장이란 말은 옛말이 되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생활 양식은 예전과 다르다. 제대군인에게 사회가 기대하는 바도 다를 것이다. 국가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는 기업가를 기다린다. 나는 제대군인이야말로 국가와 사회가 원하는 이상적인 기업가의 표본이라고 생각한다.
제대군인은 책임감과 주인의식의 결정체이다. 처음 양성과정에서 점호할 때 단상에 쓰여 있던 문구가 생생하다.  ‘공은 상관에게, 상은 부하에게, 책임은 내가’.  한마디로 양성과정은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만드는 훈련이었다. 변명은 죄악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제대군인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자질 중 하나이다. 혹자는 제대군인은 조직 안에서 시키는 일만 해왔을 거라 평가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제대군인은 제한된 자원과 시간 속에서 임무 수행과 부대를 관리하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안을 매번 생각해내고 실행하고 평가해왔다. 슘페터(J. Schumpeter)의 표현을 빌리면, 제대군인은 "창조적 파괴"를 반복하며 모험심을 발휘하고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는 법을 안다. 관료적 형식주의는 제대군인과 먼 얘기이다. 제대군인은 직접 실행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허용되는 한계에 대해 스스럼없이 최대한으로 밀어붙여 ‘안되면 되게’해 본 경험이 있다.
 게다가 제대군인은 눈앞의 작은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를 위한 사명에 젊은 열정을 바쳤던 것을 공인받은 존재다. 기업가로서 사회, 더 나아가 인류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따로 배울 수 없는 미덕이다. 공동체에 유익함을 가져올 기업가로서 제대군인이야말로 적격자인 것이다.
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졸업생 절반은 사회에 진출시킨다는 계획이고, 많은 제대군인이 사회 각 분야와 특히 기업가로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 균형과 질서에서 기반한 창조성을 훈련받고 실행해 온 제대군인의 자질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대군인이니까 경직되었을 거라고 바라보는 것은 편견이다. 재대군인지원센터와 같은 기관들이 제대군인이 지닌 기업가로서의 장점들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지원할 관련 예산의 확충이 필요한 이유이다. 기업가로서 포부를 펼쳐나가고 있는 선배 제대군인과 창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인적네트워크 형성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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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군인과 기업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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